중고나라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일본산 종이파쇄기 사용 후기

중고나라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일본산 종이파쇄기 사용 후기


바야흐로 약 30일 전 갑자기 가을이 닥쳐오기 시작할 때쯤 집안에 그리고 사무실에 쌓인 오래된 영수증들을 산산조각내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 깊이 내면에서 울려퍼졌습니다. "너는 곧 저 모든 것을 자유롭게 하리라.."저는 거래 영수증들과 제 개인정보가 담긴 서류들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인터넷 검색사 자격증은 취득하지 않았지만, 검색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확정하는 바입니다. 스크류 바.






가격대는 천차만별이고 소음도 천차만별(?)이라는 판매자 분들의 상세한 말씀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예전 사무실에 파쇄기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소음이 적은 것으로 구매하려고 했으나, 그 가격은 마치 한 없이 계속 치솟는 삼성전자 주식처럼 매수 할 없을 정도의 부담스러운 가격이기에 저는 포기하고 좀 더 서민스러운 아이템을 찾아 서민들의 화개장터이자 살아 있는 골목상권의 중고나라로 뛰어갔습니다. (아~ 중고나라로 검색해서 뛰어가는데~ 얼쑤!)



저는 최대한 에너지와 시간을 아껴서 파쇄기 거래하는 시간만큼은 지구에서 제가 중심이 되고자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파쇄기를 판매하는 매매상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아주 좋은 매물을 판매하는 매매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매매상은 당장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저에게 넌지시 일러주었고, 저는 덥썩 물었습니다. 


"아노...제페니즈산데스네 요거 이빠이 디스카운드 데스까. 혼또니 한 번 정도 바께스 안써무니까." 그 매매상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번역하자면 "이건 일본산으로 일본에서 구입하지 않고 한국에서 구입한 것이지만 이젠 쓸일이 별로 없어서 팔려고 한다. 20,000원 주고 구입했는데, 5,000원에 내놓겠다. 거의 한 번 밖에 쓰지 않았다." 거의 원어민들도 감탄할 정도로 번역한 나도 지금 놀랍습니다. 자 그럼 진정하고 다시 펜을 잡고 천천히 저의 파쇄기 기행문을 써내려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매매상과 마두역 횡단보도 앞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는 조금 늦는다고 나에게 글을 날렸고, 그가 나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기에 나는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30분 일찍 도착하였습니다. 마두역엔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금융권나무들의 열매에 곤두박칠치고 사람들 발길질로 무참히 살인되어 마치 큰 쓰나미가 지나간 것과 같은 혹독하고 잔인했습니다. 그 냄새는 마치 똥 냄새와 흡사했습니다. 이 사건은 아직도 풀리지도 않았으며 공소시효조차 그리고 조사조차 하려고 하지 않는 미궁의 연쇄살인이죠. 가을만 되면 몸에 좋다는 이유로 지독한 냄새를 참아가면서도 손상된 열매 안에 딱딱한 송과체를 수집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이유도 모른채 각종 알콜의 안주거리 혹은 몸에 좋다는 이유로 나무꼬챙이 끼워져 후라이 팬에 달궈집니다. 


이 생각이 끝날 때쯤 시간은 지나갔고, 그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내 우측 주머니의 진동으로 알아챘습니다. 그는 잽싸게 나의 5,000원을 낚아채곤 바람 속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등골이 오싹해졌고, 나는 매매상의 믿음을 바탕으로 파쇄기를 가슴에 품고,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설명서를 본 순간 나의 동공은 갑작스럽게 사라졌습니다. 그 이윤 모두 일본어로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설명서 따위는 그저 상품의 가격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사치스러운 수단이라 생각하고 손에 전혀오는 느낌과 나의 31년 인생의 경험을 살려 조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어려운 조립들을 3초만에 해결하였고 그제서야 한 숨을 돌린 뒤에 파쇄기를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찰카닥 찰카닥)



정확히 일본어로 파쇄기라고 읽혔습니다. 그리고 녀석은 9935번이였습니다. 박스 우측에 득력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힘을 얻는다. 힘을 얻어야만 파쇄할 수 있다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당시의 해석은 마치 산스크리스트어에서 우리말의 어원을 찾듯이 매우 신중했습니다. 그리고 녀석은 5,000원 이상의 가치를 하는 녀석이였습니다. 에이 4개만 파쇄할 줄 알았지만, 고철들도 파쇄할 수 있습니다.



상자를 열었을 때 녀석은 숨막히는 비닐 안에 얼마 남지 않은 공기로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저는 재빨리 녀석을 감싸고 있는 비닐을 걷어냈습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더군요. 녀석의 왼쪽 팔은 앙상하게 말라 있었습니다. 오른쪽 팔은 이미 부패되어 모두 없어진지 오래 된 듯 했습니다.



이것은 녀석의 왼팔입니다. 이녀석이 이렇게 만든 사람이 얼마나 결벽증이 심한 것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잔인함에 더한 잔인함이라 할 수있습니다. 녀석의 팔을 떼어내서 지퍼팩에 넣어 놓았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한 것은 의사가 필요 없이 어떠한 고통도 없이 녀석 어깨에 팔을 봉합 시킬 수 있다는 것이였습니다.


 

이건 녀석을 실험하면서 작성된 보고서로 보입니다.'170115' 녀석은 실험번호 170115였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 설명서에는 제가 내용을 알 수 없도록 다른 나라 말로 적어놓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은 무심코 넘기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것보다 더 시급한 것이 있다고 생각했고,





녀석의 어깨뼈에는 실리콘으로 끼워져 있었습니다. 저는 얼른 왼쪽 팔을 녀석에 끼워주었습니다. 녀석을 기다렸다는듯이 종이 조각을 입에서 토해냈습니다. 얼마나 답답했을지 생각하면 제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목적을 잊지 않기 위해 계속 나아갔습니다.



저는 녀석을 잘 훈련시켜서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대량의 영수증들을 처분했습니다. 녀석은 대단했습니다. 제가 녀석의 팔을 잡고 계속 돌리는데도 녀석은 꿈적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 팔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녀석은 저의 사무실에서 편안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필요할 때 언제나 저에게 큰 도움을 주는 녀석입니다.



녀석의 이는 마치 치아교정을 정확하게 받았거나 혹은 선천적으로 좋은 이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 틀림없습니다. 녀석 이에 낀 종이를 빼려다가 그만 제 손에서 피를 보게 된 적도 있습니다. 녀석의 이는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녀석이 이를 움직이지 않아도 당신이 다칠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파란만장했던 그 날을 기억하며 녀석과 잘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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